완벽한 시스템이 있을 것이라는 착각
어쩌면 저의 편향일지도 모르지만, 개인지식관리(PKM, Personal Knowlege Management)에 처음 입문한 사람들이 꼭 항상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메모를 어떻게 정리해야 하나요?’, ‘어떻게 폴더를 만들고 분류하나요?’가 그 예시입니다. 우리는 항상 생산물을 예쁘고 깨끗하게 정리하려 합니다. 어질러진 물류창고에서는 물건을 찾기가 힘들고, 쌓인 옷더미에서는 예쁜 코디를 찾기가 어려울테니까요. 당연한 본능입니다.
우리가 흔히 얻는 답변은 아마 PARA일겁니다. 각 메모(문서라는 예쁜 단어가 있지만 모든 종류의 생산된 정보를 메모라고 하겠습니다. 실제로 그렇기도 하고, 이렇게 말하는게 편리합니다.)를 마치 연결된 사슬처럼 정리하는 제텔카스텐보다는 훨씬 함축적이면서 간단하고, 무엇보다 효용을 나타내기까지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우리는 메모의 올바른 위치를 찾는게 목적이니까요! 프로젝트는 여기, 리소스는 여기… 참 쉽고 직관적입니다.
하지만 PARA는 만능이 아닙니다. 일상은 프로젝트 위주로 굴러가지 않고, 당황스러운 일과 일상적인 일이 수북하니까요. 물론 이론상 전부 대응 가능한 분류법이긴 하지만, 저에겐 별로 잘 작동하지 않았어요. 저는 지식을 생산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고 그러려면 작업물을 단계에 따라서 분류해야 하는데, PARA는 저의 라이프스타일이랑 별로 맞지 않아서인지 좋지 않았거든요. 도서십진분류법 같은 지식분류체계도 마찬가지로, 분류하는데엔 좋았지만 생산하는데에는 그다지 좋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의 지식보관소(Vault)는 보관소 자체를 새로 만들고 모든 메모를 다시 분류하는 수준의 몇번의 대격변을 거쳤습니다. 처음에는 시공간(메모를 작성한 위치, 하루 일과 중/ 일과 외 등)을 기준으로 메모를 분류하고, 프로젝트 기준으로 분류하는 PARA를 사용하다가, 세컨드 브레인에서 지식의 발전단계를 의미하는 CODE method 부분을 읽고 이를 적용해서 사용하고 있어요. 물론 PARA가 이 체계에서 완전히 빠져나간건 아니고, CODE를 기준으로 분류를 하되 분류된 내용을 묶는 중간 노트(프로젝트 관리, 일일/주간노트, 태그 노트 등)는 대부분 PARA를 기본 구조로 가져가면서 따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 두 분류법은 서로 배타적이지 않으므로, 섞는것은 생각보다 흔한 일입니다(https://workflowy.com/systems/build-a-second-brain/). 대신의 저는 안과 밖을 뒤집었을 뿐이죠!
이런식으로 잘 알려진 메모체계를 써보면서 느낀 것은, 굳이 맞지 않는 옷을 입을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에겐 당신에게 맞는 시스템이 있을거고, 현재 폴더기반 분류체계가 맞지 않는다면 굳이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죠. 심지어는 분류방법 중 폴더 위주의 분류법은 메모가 수백개가 넘어서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버려지고, 태그와 키워드 중심의 분류로 넘어가면서 링크를 통해 자연스럽게 제텔카스텐이 접목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제 견해는, 사실 폴더기반 분류체계를 엄밀하고 엄격하게 정의해둘 필요는 없다는 거에요. 메모를 찾아가는 건 검색기능이 대부분의 경우에서 잘 작동하고요. 별개로 시스템 자체가 체화되는 기능은 있습니다.